기도하며 일하는, 트라피스트 맥주

수도사들이 기도하며 일하며 빚은 맥주 

트라피스트 맥주는 트라피스트회(Trappist) 수도사들이 빚은 맥주이다. 벨기에에 2개소, 네덜란드에 2개소,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잉글랜드, 프랑스, 미국에 각 1개소 등 13개의 수도원들만이 트라피스트협회가 인정하는 트라피스트 맥주를 만들고 있다. .맥주병에는 ‘어센틱 트라피스트 프러덕트(Authentic Trappist Product)’라는 육각형 로고가 붙은 레벨이 있다. 정품인증서인 셈이다. 그중 벨기에 성 식스투스 수도원(Saint Sixtus Abbey)의 트라피스트회 수도사들이 만드는 맥주가 웨스트블레트렌 12(Westvleteren 12)이다.

트라피스트회 수도자들은 봉쇄구역에서 성 베네딕트의 규칙에 따라 공동생활과 관상생활을 영위한다. 하루 7번의 성무일도와 기도, 노동, 독서, 채식 등 엄격한 수행 생활이 뒤따른다. 트라피스트는 노르망디의 오른에 있는 개혁수도원 라 트리프(La Trappe)에서 나온 명칭이다. 트라피스트 수도회는 시토회(Ordre cistercien)에서 비롯되어 1098년 프랑스 시토에서 창립되었으며공식 명칭은 ‘엄률(嚴律) 시토회(Order of Cistercians of the Strict Observance)’이다.

관상(觀想)은 실천적 태도와는 상대적으로 인식·명상·묵상 등의 정관적 태도를 의미한다. 초감각적·초월적 존재를 직관하는 것, 또는 신적 존재와 합일하는 것으로서, 신앙에 의한 진리를 논리적인 논증에 의하지 않고 경험적·직관적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장기적인 수련에 의하여 능동적으로 얻게 되기도 하고신비체험 등에서 수동적으로 얻기도 한다. 관상생활로 일관하는 수도회는 관상수도회라 하여, 주로 포교나 교육에 종사하는 활동 수도회와 구별된다.

중세 수도원의 사업활동

중세 수도원에서는 피혁과 목재가 가공되고 구두가 만들어지고 양모가 제사(製絲)되며 맥주가 제조되었다. 뿐만 아니라 장신구, 성물, 양피지를 비롯한 각종 물건들이 제조되었다. 수도원의 생산활동은 자급자족을 목적으로 했지만 과일 생산되는 물품이 늘고 등잔기름, 공구, 소금 등 필요한 물품들도 있어서 상거래를 시작하고 물품 판매와 구매를 위해 먼 나라로 파견되기도 했다.

맥주의 기원은 BC 4000년경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인들에 의해 탄생했다고 한다. 맥주 양조 기술이 본격으로 발달한 것은 중세 수도원에서부터였다. 중세 수도원에서 수도사들이 금식 기간 동안 기분 좋은 맛을 내는 음료를 마시기 원했기 때문이었다. 8세기경 영국의 에일(ale)과 포터(porter)가 만들어졌고, 10세기경부터는 맥주에 쌉쌀한 맛을 내는 홉을 첨가했다. 수도원의 맥주라고 부르는 트라피스트 에일(Trappist ale)은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는 사순절 시기 단식 등으로 부족해진 영양분을 보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전해진다.

트라피스트 에일 중, 베스트플레이터런(Westvleteren)은 1838년부터 성식스토수도원(Sint-Sixtusabdij)에서 양조되는 맥주로서 애호가들 사이에서 ‘맥주의 왕’이라고 불린다. 수도원과 자선 활동에만 맥주 판매를 활용하기 위해 재판매를 엄격하게 제한하려고 수요와 상관없이 생산량을 늘이지 않고 있으며 맥주병에 라벨을 부착하지 않는 전통을 지키고 있다.
심플리시티(simplicity)는 신의 단순성(divine simplicity)에 대한 설명에서 유래한 개념이다. 신이 단순한존재라는 뜻은 신이 물과 독립적이며 그 자체로 본질인 궁극의 종재이며 불변과 영원의 특징을 갖는다는 뜻이다. 이는 고전적 유신론의 교리들 중 하나이며 신에 대한 기본적 설명이다. 종교 의상이 대표적이며 단순한 디자인이 가장 좋은 디자인임을 보여준다. 심플리시티는 1960년대에 장식이 없는 단순하고 검소한 디자인으로 세련됨을 표현하는 패션을 뜻하는 용어로 사용되다가 광고, 디자인, 라이프스타일, 과학철학에서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베스트플레이터런 맥주병은 심플리시티 디자인의 전형을 보여준다.

 

트라피스트 맥주의 3가지 기준

시토회는 수작업과 자급자족을 강조했다. 수도사들은 성 베네딕토가 쓴 규칙서(The Rule of St. Benedict)의 내용에 따라 생활하였는데 그 정신은 “평화”와 “기도하며 일하라”로 집약된다.  “평화”와 “기도하며 일하라”라는 규칙에 맞게 시토회는 전통적으로 농업이나 맥주 제조 등의 활동을 통해 공동체를 위한 자립적인 생활을 해왔다. 영리가 아니라 경건함과 엄격한 관찰을 추구한다. 성 식스투그 수도사들은 품질에 신경쓰는 것을 제외하고는 이윤과 효율성 추구라는 사업 규칙을 무시한다. 트라피스트협회는 맥주에 대해서는 다음 3가지 기준으로 적용하고 있다.

첫째, 맥주는 수도사 자체 또는 감독하에 트라피스트 수도원의 벽 내에서 양조해야 한다.
첫째, 양조장은 수도원 내에서 2 차적으로 중요해야하며 수도원 생활 방식에 적합한 사업 관행을 목격해야 한다.
둘째, 양조장은 수익 창출을 위한 것이 아니다. 수입은 수도사들의 생활비와 건물 및 부지의 유지 보수를 포함한다. 남아있는 것은 사회 사업을 위해 자선 단체에 기부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기부된다.

성배 모양의 에칭 처리된 맥주잔

트라피스트 벨기에 맥주 양조장은 맞춤형 맥주 잔을 제공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트라피스트 맥주는 포도주잔과 같이 목이 길고 둥근 성배 모양의 전용 잔에 따라 마신다. 성배 모양의 잔은 유리가 두껍고 맥주의 거품과 멋을 위해 에칭(etching) 처리되어 있다. 트라피스트 맥주는 상면발효(top fermentation)로 만들어지는데, 상면발효는 맥주 양조에 사용되는 발효 형식의 하나. 발효 중에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거품과 함께 액면상에 뜨고 일정 기간을 경과하지 않으면 가라앉지 않는 발효 효모를 상면 효모라 하는데, 이 효모에 의해 이루어지는 발효를 말한다. 트라피스트 맥주는 알코올 도수가 강하기 때문에 보통의 맥주처럼 벌컥벌컥 들이켤 수 없고 와인처럼 맛을 음미하면서 마셔야 한다.

공병훈. 협성대학교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박사 미디어 경제경영 전공,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1964년생. 창작과비평사, 동방미디어, 교보문고, 푸른엠앤에스, 세계미디어플러스 등에 재직함. 소셜 미디어와 콘텐츠, 플랫폼, 홍보, 컨설팅 분야 실무자이자 현장 연구자. hobbits8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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